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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에게 20

시들어버릴 꽃 같은 인생

교회 가는 동안 내 눈에 펼쳐진 풍경은 비슷했다. 

나뭇가지에 잎사귀 하나 없는 그야말로황량한 겨울 나무들.

 

잎사귀 하나없는 나무들을 40분동안 보고 있자니,

황량하기 그지 없는 나만의 시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봄, 새싹이 돋는 시간

여름, 잎이 무성한 시간

가을, 잎의 색깔이 붉어지고 서서히 떨어지는 시간

겨울, 나무의 민낯을 만끽하는 시간

 

봄, 이제 막 꿈꾸기 시작한 시간

여름, 부푼 마음으로 꿈들을 도전하는 시간

가을, 도전한 꿈들이 모두 낙엽처럼 바닥에 떨어지는 시간

겨울, 모든걸 내려놓고, 나로서 온전히 살아가는 시간

 

나무의 시간에도, 나의 시간에도 특정한 계절이 인생을 빼곡히 채우지 않았다.

 

지구온난화, 희귀성난치질환에 의한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으나 

계절은 어김없이 돌고 돌아 모든 아름다움을 맞이하게 했다.

 

[그래, 나는 지금 새싹을 돋기 위해 열심히 쉬고 있는거야.]

 

겨울을 맞이한 나무들이 마다하지 않고 민낯을 보이는 이유는

다시 돌아올 봄을 위한, 그동안 수고한 자신을 위한 쉼이리라.

 

겉보기에 황폐한 시간을 거닐지라도,

그 안은 단단한 생명으로 가득 차올라 있음을 세상이곧 보게 되리라.

 

( 11월 27일경에 찍은 사진 )




겨울 나무가지들은 자신들의 민낯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민낯을 감추려고 잎사귀를 붙잡고 있지 않았고, 민낯을 감추려고 나무가지들을 숨기지도 않았다.

 

그들은 도리어 보여지는 모습보다 자신들의 시간에 맞게 역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에 큰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전의 모든 꿈과 바람을 내려놓고,

강상아로서 온전히 살아가는 첫 겨울이 찾아왔음에 감사와 자부심을 느껴야겠노라고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희귀성 난치질환이라는 변수가 이전에는 얄궂은 계절을 만들어 앞당겼지만, 

지금은 인생의 첫 겨울을 맞이하게 해준 고마운 변수다.

 

시간은 물처럼 흘러가고 모든 것은 꽃처럼 지고 사라지고 만다.

그러니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같은 인생 말고 언젠가는 반드시 시드는 꽃같은 인생을 살아가야겠다.

 

꽃의 아름다움과 꽃이 시들어 지는 아름다움을 알고 누리고 감사하는 겸손한 사람으로 살아가며, 

인생에 펼쳐질 모든 계절의 아름다움과 끝을 기억하여, 

유한한 감사를 느끼고 고백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으로 매 순간 성장해가야겠다.

 

그런 의미로, 시들어 질 시간과 인생을 붙잡지말고 

영원한 말씀을 마음속에 뿌리며 첫 겨울을 잘 보내야겠다.

 

[사40:8]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리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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