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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시들어버릴 꽃 같은 인생 교회 가는 동안 내 눈에 펼쳐진 풍경은 비슷했다. 나뭇가지에 잎사귀 하나 없는 그야말로황량한 겨울 나무들. 잎사귀 하나없는 나무들을 40분동안 보고 있자니, 황량하기 그지 없는 나만의 시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봄, 새싹이 돋는 시간 여름, 잎이 무성한 시간 가을, 잎의 색깔이 붉어지고 서서히 떨어지는 시간 겨울, 나무의 민낯을 만끽하는 시간 봄, 이제 막 꿈꾸기 시작한 시간 여름, 부푼 마음으로 꿈들을 도전하는 시간 가을, 도전한 꿈들이 모두 낙엽처럼 바닥에 떨어지는 시간 겨울, 모든걸 내려놓고, 나로서 온전히 살아가는 시간 나무의 시간에도, 나의 시간에도 특정한 계절이 인생을 빼곡히 채우지 않았다. 지구온난화, 희귀성난치질환에 의한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으나 계절은 어김없이 돌고 돌아 모든 아름다움.. 더보기
안녕, 나의 피아노 야마하 전자피아노를 팔았다. 중고거래라면 귀찮아서 질색하지만 방에 책상을 하나 더 놓는 바람에 피아노가 갈 곳을 잃어버려서 재빨리 이리저리 상태를 살피고 사진을 찍어 당근 마켓에 올렸다. 십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당근" 알림 소리가 요동쳤다. 그렇게 나는 판매의 달인처럼 판매글을 올린 지 이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거래 약속을 했다. 홀가분했다. 직사각형 모양의 방에 도무지 놓을 공간이 없어 답답하기만 했는데 드디어 방이 방다워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척이나 가벼웠졌다. 또 그간 다양한 곳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아니 어쩌면 음악 분야에 시간을 쏟아도 될만한 가능성을 내게서 보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소비할 수 있는 에너지와 영 맞질 않았다. 음악에 그다지 소질이 없어서 .. 더보기
0923 혼자라는 무게 ♡ 나는 사람들과 만나서 어울리는걸 정말 정말 좋아한다. 내가 하고싶은 일보단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내는 하루가 내겐 더 소중할 만큼 사람들과 어울리는걸 좋아한다. 그런데 원치 않던 희귀성 난치 질환을 앓게 되면서부터 사람들과 하루라는 시간을 함께 보낼 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다소 평범했던 일상을 보내던 체력은 바닥까지 치닫게 되고, 이따금씩 바람처럼 불어오는 통증에 두손 두발 다 들고야 말았다. 그렇게 나는 원치 않는 아웃사이더형 집순이가 되어갔다. 라푼젤마냥 집이라는 탑안에 갇혀 십수년동안 지냈다. 뭐, 중간 중간 여러 도전으로 탑을 벗어나기도 했었으나..체력의 문제로 다시 탑으로 돌아가야했다. ( 터벅 터벅 .. ) 의욕의 아이콘이었던 내가, 의욕을 모조리 상실할 정도로 집순이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