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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에게 20

감사고백 ; 짧은 메모



내가 바라던 대로, 내가 꿈꾸던 대로
이뤄진게 하나도 없어서
정말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십여년동안 내가 바라고 꿈꾸던 대로
상황과 삶을 바꾸려고 애를 써왔는데...

모든게 안이뤄져서 감사하다니
얼마나 모순적인 고백인가 싶지만,
딱 한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건
“참 다행이다.” 라는 말이다.

이제는 내가 바라고 꿈꾸는 대로
삶이 펼쳐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즉, 죽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진심으로 감사했다.

내가 꿈꾸고 아등바등 애쓰고 붙들던 모든 일들이
모조리 폭파되고, 모조리 실패해버려서!

 

비록, 그 과정은 마음 찢기는 아픔과 절망이 
수시로 오고가는 고통이 농축된 
죽음의 시간같았지만 말이다.

내 꿈들은 주로 건강/생명과 관련되었기에
죽음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꿈들이 이뤄지는건 언제나 설레고 기쁜 일이지만
꿈들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꿈에게 삶의 주권을 빼앗겨 버리고 만다.

삶이 애초에 꿈을 위해 존재하는 것 처럼
삶의 의미와 자신을 잃은채
꿈들만을 기억하며, 꿈들만을 위해 살아가게 된다.

이루지 못한 꿈들을 어떻게든 이뤄보고자
작디 작은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다보면
소중한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 유한한 시간을
야금야금 잃어버리고 만다.

내가 꿈꾸는 상황이 이뤄지는 일과
꿈이 이뤄지길 소망하는 시기에 이뤄지는 일은
인생에서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임을
오랜 고통의 시간속에서 아프게 배워갔다.

주어진 삶을 얼마나 즐거워하며 살아가는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집중하며 사랑하는지,
유한한 인생을 얼만큼 기뻐하며 살아가는지가
인생에서 참 중요한 사항이었다.

남김없이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것,
아낌없이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기억해야할 의미였다.

더불어, 바라고 꿈꾸던 일들이 이뤄지지 않아도
실패한 삶이 결단코 아님을 몸소 배웠다.

내가 쓴 인생의 시나리오대로 삶이 흘러가지 않아도
기뻐할 수 있는 이유는
꿈보다 중요한 의미를 발견했기 때문일테다.


삶 곳곳에 드러난 꿈들보다 중요한 의미를
발견하고 볼 수 있게 된 것에
나는 진심으로 하나님께 감사고백을 했다.

병에서 낫는 꿈,
건강한 삶 혹은 평범한 삶을 사는 꿈,
인간이라면 당연하게 바라게 되는 꿈마저
내겐 그다지 중요하지 되지 않게 되었다.

(물론 통증이 극심할땐 제정신이 아니지만..)

다만
언제 어디서나 삶을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
잘 훈련되어지길 바라고 있다.


원인도 치료방법도 모를, 고약한 질병과
질병으로 인한 장애로 인해 바뀌어버린 삶의 모습은
더 이상 내게 어떠한 아픔과 슬픔을 줄 수 없게 됐다.

지금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깐
참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 삶에 어떤 일들로 삶이 요동칠지 모르겠지만
바람을 두손으로 잡으려는 어리석은 태도를 배격하고
마음을 잠잠히 다스릴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실하게 성장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