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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카카오톡 이모티콘 제안을 제출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제안해야지 하고 생각만 한 2년쯤 했는데.., 드디어 오늘 제출을 완료해서 뭔가 뿌듯하고 홀가분했다. 앞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혹은 하려고 했던 일들을 자신감을 갖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모티콘 제출한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내 마음에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이 조금씩 피어오르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림을 썩 잘 그리진 못한다. 아니 못 그린다. 어린 시절에도 그림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으니 성인이 되어서도 그림을 자주 그리거나 공부해본 적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고등학생 이후로 아주 가끔 심심할 때면 시간 때우기용으로 그림을 그리곤 했었다. 하지만 그림이라 하면 왠지 누가 봐도 턱 빠지게 잘 그린 그림을 그려야 '그림'으로 인정될 것 같은 느낌에 자주 사로잡혔다. 그래서 재미로 그림을 그리다가도 되게 못 그린 나의 그림을 보고는 그림에 흥미가 뚝! 뚝! 떨어지고 말았다.
그림, 도대체 뭘까?
잘 그린 그림에 대한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다 보니 그림 그리는 게 더 꺼려졌다. 그림을 그림과 동시에 심사가 완료되는 이 5G 같은 나의 평가 속도에 진절머리가 나버렸다. 하나의 선을 그어도 '어? 이거 망했네.' 하고는 선을 지우고 새로 그리기를 반복하다 보니깐 그림을 쳐다보고 싶지 않았다. 가만 보니, 그림 그리는 과정은 지금까지 내가 인생을 살아갔던 태도와 비슷하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꽤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삶에 도달하고자 애를 썼었다. '보편적인' 삶에 말이다. 고등학교를 다니고 졸업하고, 대학교를 다니고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고,.... 이를테면 대부분의 사람이 경험하는 삶이었다. 건강의 악화로 보편적인 삶을 누릴 수 없게 되자 보편적인 삶을 되찾고자 무지막지하게 노력했다. 그때의 나는 보편적이지 못한 삶도 충분히 멋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런 내가 살아내고자 한 삶은 오로지 건강한 보편적인 삶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가진 능력 이상의 삶을 살려고 노력 할 수록 불행해진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건강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고자 애를 쓰니 건강도 일도 뭣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보편적이지 못한 삶도 멋지게 가꾸어갈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해보지 못했다.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노력을 그만두고, 건강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면 내가 죽기라도 하는 줄 알았다. 내게는 보편적인 삶과 그 삶을 지탱해주는 건강만이 행복한 삶을 안겨준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 외곬 같던 내가 보편적인 삶과 보편적인 틀을 깨버리기 시작한 건 다름 아닌 진로문제 때문이었다.
그간 불행을 한 겨울날의 이불처럼 덮고 살았다보니, 익숙한 생각과 정형화된 삶의 모습을 나 자신을 위해 버려 갈 수밖에 없었다. 맨 처음엔 회사에 취직해서 출근하는 보편적인 직업에 대한 생각을 버렸다. 대신에,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혼자 일하며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생각했다. '프리랜서', 내가 찾던 직업의 형태였다. 덧붙여 그동안 나는 글쓰기를 사랑한다는 걸 뼈저리게 알게 되었고, 글 쓰는 일이라면 평생 하고 싶다는 꿈도 생겨났다. 하지만 글 쓰는 프리랜서로서 자리를 잡아가기 위해서 어떤 일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이내 방황했었다. 다행히도 뭔가 하려는 노력을 비워내면서 지금의 내 상태로 할 수 있는 좋아하는 일을 생각해보면서 프리랜서로서 자리 잡아가는 것을 구상해갔다. 그 결과 티스토리가 발판이 되어 여러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나는 그저 나로 살아가면 그만이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로서 살아가려 노력하는 게 아니라 묵묵히 나로서 살아가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만이었다. 나로서 살아가게 되니 삶을 대하는 자세가 한결 가벼워지고 능동적으로 변했갔다. 그런 의미에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만드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냥 그려, 생각하지 말고
약 두 달 전에 사람 캐릭터를 그려놓았다. 귀엽고 특색 있는 캐릭터인데 문제는 캐릭터의 동작들을 바꿔서 32개의 캐릭터를 그릴 엄두가 안 났다. 세 개 정도는 어찌 저찌해서 그렸지만, 현재 나의 능력치보다 많은 능력을 요구하는 그림 수준이었고 골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포기도 능력이라 했던 말이 떠오른 건. 결국 나는 과감하게 포기했고, 내 그림 수준에 맞는 그림을 편하게 아주 개떡같이 그리기 시작했다.
‘그냥 그려, 생각하지 말고.’
잘 그리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내 수준에 맞는 그림을 그리다 보니 어느새 32개의 이모티콘 캐릭터를 후딱 완성시켰다! 수준에 맞는 그림을 그리다 보니 아이디어가 샘물처럼 솟아났다. 그리고 진심으로 오랜만에 그림 그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우여곡절, 완성된 그림들을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튜디오에 제출했다! ( 셀프 축하 박수👏🏻👏🏻👏🏻 )
제출한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승인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오랫동안 미뤄둔 버킷 리스트 하나를 이뤘다는 사실에 더 집중하고 만족해야겠다:-) 쉽게 좌절하고 의욕을 잃는 나에게, 폭풍 칭찬을 해줄 때가 온 것 같다.
‘ 잘했다, 잘했어:)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들에 도전해나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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